Real World

백지연 나는 나를 경영한다 스크랩

DaumMaum 2006. 1. 5. 12:05
LONG
      나는 나를 경영한다
  티벳에는 '내일이면 집지리' 라는 이름의  새가 있다고 한다. 이  새는 날씨가
따뜻한 낮에는 실컷 놀고먹다가 밤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고 추워지면 오들오들
떨면서 '날이 새면 당장 집을 지어야지' 하고 결심한다. 그러다 날이 밝아 햇볕
이 나서 다시 포근해지면 바로 지난밤추위에  떨며 했던 결심을 새까맣게 잊고
놀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또  날이 어두워지고 밤이 되면  그제서야 '아이고,
추워라. 내일은 날이 새자마자 바로 집부터 지어야지' 하 고 후회를 한다. 그러
나 그 다음날에도 또 그 다음날에도, 낮에는 놀고 밤엔 달 달 떠는 생활을 계속
한다. 인간의 게으름과 편의에 따른 망각, 의지 부족을 풍자하는 이야기이다.
  내일이면 집지리 새 와 완전히 반대인  새가 있는데 내일은 추우리' 라는 이
름의 새이다. 이 새는 열대  지방에 사는 새인데, 다른  새들은 모두 놀기 바쁜
대낮에 뜨거운 햇볕을 등지고 내일은 추울 거야 라고 걱정하며 집만 짓는다 그
렇게 걱정을 태산처럼 짊어지고 집만 짓느라 생을 즐기지도, 여유  있게 보내지
도 못한다. 그런데 문제는 막상 밤이 되어도 집이 필요할 만큼 날씨가 추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새 역시 몇 차례의 헛수고 경험에도 불구하고 해가 뜨면 또  '내일은 추울
거야'라고 걱정하며 하루 종일  쓸모 없는 집짓기에 여념이  없다. 머리에 온갖
걱정만이 꽉차 있는, 계획 없이 부지런만 떠는 인간의 전형을 꼬집는 새 이름이
다.
  한 새는 너무 게을러서 탈이고, 다른 한 새는 쓸데없이 부지런해서 탈이다 그
러나 정반대인 이 두 새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지혜가 없다는  것이다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두 새는 '전략 부재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이면 집지리 새'는 목표를 자주  잊어버리거나 방황하는 인간 유형을 가
리킨다. 어떻게 보면 목표가  없는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다. 목표를 잃어버린
채 그냘 하루하루 주어진 대로 즐기기 바쁜 이러한 사람은 결국 그렇게 살다가
죽는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자기 삶에서 그 어떤 새로운 성취감도 찾을 수
없고, 사회적으로도 생산적인 기여를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늘 남에게 의존
하며 기생하는 삶을 살수밖에 없다.
  재벌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던 패, 한 대기업 회장의 딸에 대한 얘기를 들었
다. 그녀는 돈 많은 아버지 아래에서 아버지로 인해 존재해오던  것을 향유하며
살았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 사는 법을 깨닫지  못했다. 물론 그런 환경에서 도
목표가 있고 근면한 사람이라면 조건을 이용해서 더 많은 성취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집안의 급(?)을 맞춰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하나 낳았지
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혼을 했다. 설상가상 그 즈음 아버지의  회사까지 무너
졌다. 그녀는 그때 친구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재산까지 다 날렸으니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
겠어. 내가 할 줄 아는 거라곤 아무 것도 없는데. 애 키우고 살려면 재혼밖에는
대책이 없는 것 같아."
  기가 막힌 말이다. 멀쩡히 대학까지  나와놓고도 자신과 자식을 책임질  아무
런 능력도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재혼하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생계
대책이라니. 불행인지 다행인지  얼마 후 그녀가  재혼한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녀가 예전의 패션 고감각(?)을  찾기 위해 외국 브랜드를  찾아다닌다
는 얘기도 함께 들려왔다.
  아버지의 그늘 아래 안주한 그녀는 목표가 없는 게으른 베짱이였다.  다시 출
발할 기회가 왔을 때라도 그녀는 내일을 준비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만약
그년가 재혼에 또 실패한다면 그녀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조선시대라면 모
를까, 그녀의 의식 속에는21세기라는 현실에서는 휴지통으로 보내  삭제해야 할
내용물로 꽉 차 있다. 무엇보다도 구제 불가능할 정도의 치명타는  그년가 아무
런 목표를 갖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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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경영하라
  21세기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 21세기는  초고속의 시
대이다 목표가 있어도 따라가기 힘든 고속열차인데 목표마저 없다면 눈동자 만
굴리다가 도태되고 만다. 더욱 겁나는 사실은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한번 도
태되면 악순환의 반복으로 영영 도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일이면  집지리
새' 의 게으름이 용납될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절망이나 고통에 처한 사람은 우선 그 고통을 피하고 싶고,  그래서 마음속에
수많은 '가정'들을 키우며 산다.  어찌 보면 우리네  보통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엄격하게 말하면 사실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가정'이 라는
기법을 써서 그 현실을 부정하려는 시도는 불가능할 뿐더러 자신만 더욱 더 멍
들게 할뿐이다. 그래서 나는 반성이 아닌 자기 연민, 후회, 원망 등 현실의 시간
을 되돌리고 싶어하는 감정들은 우리의 정신에 독극물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속에도 여러 가지 가정법적  사고가 꿈틀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난
단호하게 '생각중지' 명령을 내리고  뇌와 마음을 쉬게  한다. 머릿속을 맴도는
온갖 가정법'들을 모두 지워버리고  주어진 현실을 하나하나  챙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 혹은 현실일지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극복하려 애쓴다. 그러면  깜깜하던 길도 점차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하고,
옴짝달싹 못하던 발걸음이 조금씩 떨어진다.
  잊지 말자. 이 세상에 한쪽이라는 이름의 가정법으로 괴롭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을. 다만 누가 먼저 현실을 인정하고  재빨리 달려나가느냐
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린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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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1.
 말똥말똥한 눈빛으로 내 강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나는 하나
의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 꿈이 있습니까? 자신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놓았나
요?"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흔히
요즘 세대를 자기 표현이 뚜렷하고 자의식이 강하다고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그리고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 과정을 '
저절로 되는 통과의례'쯤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인지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한
에고(ego)가 부족하다. 여전히 부모가 하라고 하는 것,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
왠지 멋있어 보이는 것에 따라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거기에 자신의 꿈과 비전
을 의탁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직업을 갖고 싶다는 대략적인 희망
과 바람'만 갖고 있을 뿐 그 직업을 향한 '절실한 욕구'가 별로 없다.
  "자신과 대화를 해본 적이 있나요? 자기 안의 에고(ego)와 진지한 대화를  해
본 때가 언제인가요? 아직도 자신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면 한 번쯤 시간을
내서 조용히 자신과의 대화에 들어가  보십시오. 대화는 다른 사람하고만  하는
게 아닙니다. 나와의 대화가 많아야  내면을 채워갈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삶
을 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질문해보십시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
인지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커리어 플래닝의 첫 단계입니다."
2.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진입해버리는  내 공격적인 질문에  강의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다. 바로 이  시점이 학생들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렇게 그들 내부에 자문이 생기면 내 강의는 본론으로 들어간다.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대답이 나오면 이제 스스로를 진단해 보십시
오. 타인 진단이 아닌 자가 진단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쉽게  말해서, 나 자
신이 삼각형인지 타원형인지 다면체인지  분석해보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미래가 어떤 것이고 현재 내가 가진 능력이 어느 정도이며 내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됩니다. 이러
한 자가 진단이 커리어 플래닝의 두 번째 단계입니다.
3.
내 이야기는 계속된다.
  "자가 진단이 끝났다면 자신이 원하는 커리어에 대한  정보 조사를 하십시오.
그 커리어를 쌓기 위해 필요한 능력도  알아보고 그것을 기준으로 자신의 자질
을 비교해보십시오. 그래서 자신이 보충할 것과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꼼꼼
히 알아보세요. 이렇게 해서 미래의 방향이 설정되면 보다 구체적인  설계에 들
어가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주위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세요. 자신이 원
하는 커리어를 앞서 실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도 좋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 봐야 그 누구도 여러분의 입에 떡을  넣어 주
지는 않으니까요
ps.1
이 부분쯤에서 나는 꼭 짚고 넘어가는 것이 있다.  흔히 커리어라고 하면 '무
엇을 했느냐하는 결과를 중시한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일할 것인가가 커리어
개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아이템을 갖고도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
라 그 결과물이 천양지차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누구나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는 그 출발선에서의 모습은 엇비슷하다. 그런 데
1년, 2년이 지나고 점차 더 많은 시간이 흐르면 앞서나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간에 분명한 차이가 생긴다. 바로 '어떻게' 일했느냐에 차이 때문이  다. 어
떤 직업을 택하든 간에 타인과 세계를 향해 얼마나  정신의 눈이 '열려 있느냐'
에 따라 커리어 개발의 내용은 아주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또 요즘에는 '전문가가 되어 살아 남으려면, 특정 분야의 지식이나 정보를 파
야 한다' 하는 식(사실은 그거 하나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식으로 사람  겁주
는 듯한 말)의 논리가 만연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전문가가 되기에 앞 서 우선
종합가로서의 기초를 다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ps.2
 커리어 개발에 있어서 중요한 또 한  가지는 바로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느
냐'이다. 흔히 어학능력이나 해당 분야에 대한  실무능력이 커리어 개발의 전부
인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나 명예, 책임감  등 이
그 사람의 커리어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것을,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 서
뼈저리게 느꼈다. 신의와 책임감이 높은 사람이 하는 일은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든 다른 사람이나 조직에 신뢰를 주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대단한 커리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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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과 자애
  커리어 디벨로프먼트에 대한 내 강의가 마무리될 쯤이면, 강의실 안에도 훈훈
한 기운이 돈다. 열심히 내 강의를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자기 마음을 다잡기 때
문일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열기가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서 느껴진다.   바
로 그때, 나는 '자존과 자애' 라는 개념을 꺼낸다. 이 대목에 이를 때면 제법 빨
랐던 내 말소리가 갑자기 느려지고 더 딱딱해진다. 내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다
른 것은 다 잊어버리더라도  이것만은 꼭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겉으로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유교적 마인드가 지배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평
가하고 판단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집안의 수치가
되고, 괜찮은 직업이냐 아니냐 하는 기준도 결국은 타인의 시선에 달려 있지요.
언젠가 저는 하버드 대학을 나와 소위 '딴따라'로 살겠다고  선언한 한 젊은 청
년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에게, 다소  엉뚱한 진로 선택에 대해 부
모님들과 친인척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왜 하필 딴따
라냐고,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더군요'라고 대답했습
니다. 그러면서 그는 딴따라보다 백수가 더 낫다는 어른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더군요. 그는 현재 부모의 도움과 지원,  소위 말하는 좋은 학벌 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
  강의 시간에 이 청년의 예를 드는  이유는 그 사람이야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자신의  판단을 믿고 따르며, 스스
로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  청년을 보면서 난 그가  분명 자신의 꿈을
이루어나 가는 과정 속에서 '뭔가'를  발견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
다.
  미국에서도 호평을 받은 뮤지컬 '명성왕후' 의 주연 배우는 한 인터뷰에서 이
렇게 말했다 "저는 무엇 하나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일을 하
면서부터 제가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결국 저  자신을 인정
하고 사랑함으로써 저의 능력과 자질을 계발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커리어 개발의 출발점은 자기를 사랑하는 것!
  자기 자신을 그 무엇보다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은 결국 자신이 내린
결정과 선택에 대해 스스로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또한  부족한 자신의 모습을
채워나가게 만든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자기 개발
을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그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귀하게 여기기 때문에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거나 시련과 마주했을 때도 절망
하지 않고 자포자기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안돼', '내 주제에 뭘...  '하는 식의 자기 비하나  자기 학대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귀하게 여기지 않으며
내팽개치는데 대체 누가 나를 아껴주겠는가.
  강의 끄트머리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목소리에 힘을 준다.  그리고 선생이라기
보다는 삶의 선배로서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말을 쏟아낸다.
  "자애나 자존심은 스스로를  존중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지켜나갈 수밖에
없는 '심지' 같은 것입니다. 즉 자신이 스스로에게  보여주기 위한 어떤 것이지
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대학에 가고 특정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대학을 가든 혹은 어떤 직업을 택하든 간에 나 자신, 나  스스로를 만족시
키기 위해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입니다 내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타인도 존재
하는 것이고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남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자존과 자애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자존과 자
애의 기반이 단단해질 때 여러분의 커리어가 더 힘을 얻고 진정한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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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나'에게 기댄다
  하버드 대학교의 스탠리 호프먼 교수는 21세기라는 이 시점까지 미국이 체제
상의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미국 국민의 경제적 마인드를 꼽
았다. 특히 그들의 '자기의존(self·reliance)' 정신을 들었다. 미국인들은 정부에
바라고 원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믿고 의지했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를 얻게 되
었다는 것이다.
  특히 그들은 어릴 때부터 타인은 물론  심지어 부모에게조차 기대지 않고 자
신의 힘과 의지로 인생을 개척하는  독립적 성향을 교육받는다. 그들의  이러한
자기의존정신에서 도전과 개척 정신이 나왔으며, 바로 여기서 21세기에까지 '팍
스 아메리카나' 가 계속될 수 있는 힘이 나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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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은 '돈만 따라다니는(money-seeking)' 삶을 산 것
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하는(value-seeking)' 삶을 산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단신으로  제3세계의 오지에 들어가  봉사 활동을 하는
한 여학생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초봄에도 새벽엔 영하 10도까지 내려갈 만
큼 추운 그곳은 몸을 씻을  곳이라고 해봐야 동네 우물밖에 없다고  한다. 한창
멋 부리기에 신경 쓸 나이인  20대 중반의 그녀는 사람들이  없는 시간에 씻기
위 해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얼음 같은 물로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한다. 난방시설
이 없는 탓에 다른 사람과  함께 누워 서로의 체온으로  잠자리의 온기를 만든
다.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현지인과 함께 먹으면서 그렇게 그녀는  가난한 고
아들을 돌보고 있다.
  왜 이런 열악한 환경의 힘겨운 삶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중학교 2
학년 때 저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예요. 막연하게나마  잠깐이라도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약속했거든요"라고 의외의 소박한(?)  대답을
했다. 아니, 내가 듣기엔 대단한 대답' 이었다.
  그렇다. 그녀에겐 분명한 삶의 좌표가  있었기에 열악한 주변 환경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와의 약속' 이라는 그녀의 말이 오랫동안 내 귓전을 때렸다.
ARTICLE 자존과 자애
  커리어 디벨로프먼트에 대한 내 강의가 마무리될 쯤이면, 강의실 안에도 훈훈
한 기운이 돈다. 열심히 내 강의를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자기 마음을 다잡기 때
문일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열기가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서 느껴진다.   바
로 그때, 나는 '자존과 자애' 라는 개념을 꺼낸다. 이 대목에 이를 때면 제법 빨
랐던 내 말소리가 갑자기 느려지고 더 딱딱해진다. 내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다
른 것은 다 잊어버리더라도  이것만은 꼭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겉으로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유교적 마인드가 지배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평
가하고 판단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집안의 수치가
되고, 괜찮은 직업이냐 아니냐 하는 기준도 결국은 타인의 시선에 달려 있지요.
언젠가 저는 하버드 대학을 나와 소위 '딴따라'로 살겠다고  선언한 한 젊은 청
년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에게, 다소  엉뚱한 진로 선택에 대해 부
모님들과 친인척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왜 하필 딴따
라냐고,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더군요'라고 대답했습
니다. 그러면서 그는 딴따라보다 백수가 더 낫다는 어른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더군요. 그는 현재 부모의 도움과 지원,  소위 말하는 좋은 학벌 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
  강의 시간에 이 청년의 예를 드는  이유는 그 사람이야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자신의  판단을 믿고 따르며, 스스
로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  청년을 보면서 난 그가  분명 자신의 꿈을
이루어나 가는 과정 속에서 '뭔가'를  발견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
다.
  미국에서도 호평을 받은 뮤지컬 '명성왕후' 의 주연 배우는 한 인터뷰에서 이
렇게 말했다 "저는 무엇 하나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일을 하
면서부터 제가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결국 저  자신을 인정
하고 사랑함으로써 저의 능력과 자질을 계발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커리어 개발의 출발점은 자기를 사랑하는 것!
  자기 자신을 그 무엇보다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은 결국 자신이 내린
결정과 선택에 대해 스스로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또한  부족한 자신의 모습을
채워나가게 만든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자기 개발
을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그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귀하게 여기기 때문에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거나 시련과 마주했을 때도 절망
하지 않고 자포자기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안돼', '내 주제에 뭘...  '하는 식의 자기 비하나  자기 학대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귀하게 여기지 않으며
내팽개치는데 대체 누가 나를 아껴주겠는가.
  강의 끄트머리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목소리에 힘을 준다.  그리고 선생이라기
보다는 삶의 선배로서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말을 쏟아낸다.
  "자애나 자존심은 스스로를  존중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지켜나갈 수밖에
없는 '심지' 같은 것입니다. 즉 자신이 스스로에게  보여주기 위한 어떤 것이지
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대학에 가고 특정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대학을 가든 혹은 어떤 직업을 택하든 간에 나 자신, 나  스스로를 만족시
키기 위해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입니다 내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타인도 존재
하는 것이고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남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자존과 자애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자존과 자
애의 기반이 단단해질 때 여러분의 커리어가 더 힘을 얻고 진정한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